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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연대기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요?

프로덕트디자이너 최성우 2022.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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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브런치 발행한 글이며, 기록용으로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여태껏 약 1년 동안 혼자서 일한 탓에 매뉴얼이라던지 업무 프로세스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내 PC가 곧 회사 디자인 클라우드였고 내 눈이 곧 회사의 디자인 결과물이었다.

 

OO님, 예전에 진행하셨던 디자인 파일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OO님, 이 폰트는 어디 있고 유료 폰트인 것 같은데 라이선스가 있나요?
OO님, 이번 이벤트 배너는 이렇게 제작해봤는데 어떠신가요?

 

특별한 기준이나 가이드 없이 할 수 있었던 일이 둘 이상이 되다 보니 기준과 합의가 필요했고 서로의 생각을 하나로 맞추기 위해 질문도 하고 설득이 필요했다

한 명이 두 명이 되었다고 일을 두배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바보 같은 생각은 바로 물거품이 되었고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배 이상으로 들어 막상 실무를 진행하는데 속도는 더뎠다

 

그래서 새로운 팀원과 일종의 룰을 만들어야겠다고 느꼈다. 무엇이든지 의미부여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라 네이밍 또한 축구에서 본떠 그라운드 룰이라고 정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실무만 해온 탓에 당장 눈에 보이는 실무에 훨씬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팀의 방향성이라던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은 굉장히 부족했다. 완벽주의 성격인 나로서 이러한 나의 모습이 스트레스였고 내가 리더 역할을 하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해 수차례 고민 했다.

 

실무에서도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는데 관리하는 것까지 여기저기 찾아서 배우고 적용하려니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도 한몫했다.

 

하지만 새로 팀원이 합류하기 전 다짐했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좋은 리더는 어떤 모습일지 나쁜 리더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그리고 강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친근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되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항상 존경스러웠던 첫 직장 리더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대화하거나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굉장히 따뜻했지만 타 팀과의 회의 또는 팀 내 불만 사항들을 회사에 알릴 때는 정말 차갑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바라고 있던 이상향의 리더가 되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일이 쉽게 풀리면

그건 일도 아니지

 

우리는 주간, 월간으로 회고를 진행했고 그때마다 잘못한 점은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물론 회고 시간에 팀원도 나의 작업물에 대해 피드백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높이가 서로 다르다 보니 나로선 부족한 부분이 확대되어 보여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하여 표현할지 너무 어려웠고, 팀원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피드백해야 좋을지 어려워했다 또한 피드백을 요청할 때 논리적인 질문 보단 개인 취향을 묻는 질문들이 더 많았다.

 

사실 이때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팀원의 팔로우십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팀원의 팔로우가 없다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답답해서 모든 일을 독불장군처럼 진행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으려면 먼저 다가가고 모범을 보여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기적으로 팀원의 필요사항이나 불만사항을 파악했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했다. 진성성 있는 모습과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구축했다.

 

그 결과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내가 워낙 모든 일에 딥 다이브 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회사에 대해 너무 잘 알았던 탓에 팀원도 금방 적응해서 나만큼 따라올 줄 알았던 게 가장 큰 페인 포인트였다.

다행히 중간 회고 과정에서 팀원이 직설적으로 표현해줬다.

 

'OO님,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버겁고 어려워요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될까요?'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적절한 완급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준 팀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다.

 


Leader가 되기 전에

Reader가 되자

 

나는 좋은 디자인 리더가 되고 싶었다. 이전에 내가 느꼈던 좋은 경험들은 함께 공유하고 싶었고, 겪었던 상실감이라던지 허탈감과 같은 좋지 못한 경험들은 굳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책이며 아티클이며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책들

 

이 책들을 읽고 나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 좋은 감정을 팀원과 나누고 싶어 책들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책에 나온 좋은 구절들을 인용하고 사례들을 비유하며 조직 문화를 같이 만들어갔다.(사실 아직까지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FxxK

COVID-19

 

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는데 하는 일마다 잘 풀렸다. 나는 약 7번째 멤버로 들어왔는데 금세 20명 가까운 직원들이 생겼다. 게다가 디자인 팀원은 한 명이 더 생겨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관리하고 있었다.

실무는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고 나는 동시에 투자유치 준비를 하였다. 시리즈 A 규모로 투자 라운딩을 돌았다. 네 x버, 카 x오, 알x스벤처스, Kx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 분들과 미팅을 진행했고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때 정말 '역시 사람은 고생한 만큼 복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투자받고 나의 몸값도 올라갈 것 (사실 이게 제일 좋았음..)이고 고급 인력들을 충원하여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굉장히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전 세계를 절망시킨 코로나 놈이 나의 앞날을 방해했다.

 

하필 축구 관련 회사였기 때문에 코로나와 너무나 관련이 깊었다.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광고대행은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예산이 줄어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토막이 났고, 야외 활동 제한의 이유로 운영 중이던 애플리케이션(축구 경기 매칭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성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있던 투자유치도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어 진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코로나로 인해 진행하고 있던 사업들이 다 잘 안되어 재정악화가 빠르게 왔다. 재밌는 일을 하던 집단에서 돈을 벌기 위한 집단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으니 심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로 줄지 않았던 일들이 하루아침만에  사라졌다. 그래서 잡생각도 많아졌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 건강도  좋아졌다.

결정적으로 UX 디자인 업무를 사실상 거의 못하게 되면서 '회사를 떠나야 하나?'라는 마음의 변화가 생겼고 약 3 달이라는 시간 동안 대표와 다른 초기 멤버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고민 끝에 팀원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했다.

 


 

정말 노래 제목처럼 만남은 쉽지만 이별은 어렵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봤고 희로애락을 경험했다.

거의 4년 같은 2년을 보내면서 내 경력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냈고 결과적으로 시야도 넓어지고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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