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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연대기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 대체 어디까지 해야 돼

프로덕트디자이너 최성우 2022. 7.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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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브런치 발행한 글이며, 기록용으로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햇수로 1년도 안된 경력으로 벌써 3번째 회사생활

 

세 번째 회사는 축구 관련 콘텐츠 기업이었고 직원은 나를 포함해 약 10명 정도 되었다.

입사 면접 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물어봤었는데 당시 축구 관련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UI/UX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3번째 회사인데 또 새로운 도메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은 됐지만 엄청 설렜던 것 같다.

 


이거 하려고 온 게 아닌데

 

많은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은 공감할 것이다. UI/UX 디자이너로 왔지만 UI/UX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모든 온/오프라인 디자인 영역을 소화해야만 했다. UI/UX 디자이너로 왔지만 UI/UX 디자인 빼고 전부 다했던 것 같다.

 

 회사와  번째 회사의 경우 전문적으로 부서가 나뉘어있던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슷한 일들을 하면서 성장을 해왔는데 이곳에선 생전 처음 해보는 일들을 경험했다. 초반엔 현타(?) 비슷하게 '내가 이거 하려고 왔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작은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이고  순간을 즐겼던  같다.

 


풀 스택 디자이너

 

워낙 경험이 없는 것도 있지만 모든 일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일들이었는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나로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너무나 부족했고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가 나의 선생님이자 사수였고 나의 무거운 엉덩이가 해결책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동기들이 '무슨 디자인 해?'라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항상 '그냥 할 수 있는 거 다 해'였고 그게 정말이냐고 물어본다면 상상 그 이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회사에 와서 내가 했던 디자인 분야를 나열해보자면

 

[시각디자인]

- 로고 및 자막 그래픽 디자인

주로 스포츠 브랜드 광고 대행 혹은 자체적으로 유튜브에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영상에 들어가는 로고, 자막, 그래픽을 담당 PD와 논의하여 제작했었다.

 

- 제품 패키지

입사 10개월쯤 됐을 때 자체적으로 스포츠 의류를 제작했는데 제품 패키지가 필요해서 작업을 했었다.

또한 고객들과 가까이하는 작은 브랜드였는데 우리를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 다양한 굿즈를 만들어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때 수첩, 뱃지, 스티커 등을 만들어서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 회사소개서/투자제안서

스테이지는 시드(Seed) 단계의 회사였고 콘텐츠 기업에서 IT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시리즈 A 투자를 계획 중에 있었다. 회사 내부에 전문 경영인이라던지 IR(Investor Relations)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대표님과 나 둘이서 회사소개서 및 투자제안서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처음에 시작조차 하기가 어려워 대표님 지인 몇몇 분들이 방향성을 잡아주셨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운영 업무도 병행해야 됐기에 업무시간 외 시간을 활용했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밤을 새우며 결국 4개월 만에 완성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투자사들과 긍정적인 미팅을 여러 차례 나눴는데 생각보다 낮은 벨류에이션 평가로 투자 유치를 미뤘었다.(그냥 받을걸..)

 

[UI/UX 디자인]

- 어플리케이션 구축

회사 입사와 동시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다. 국내 아마추어 축구 동호회들끼리 커뮤니티와 매칭을 편리하게 해주는 플랫폼인데 기존 운영 업무와 병행하면서 1년 넘게 걸렸던 장기 프로젝트였다.

내부에 IT조직이 없어 SI업체와 함께 제작을 했는데 외부에 개발자가 있다 보니 소통이 정말 어려웠지만 우여곡절 끝에 IOS, Android 런칭을 했고 앱 출시 이후 경쟁사 대비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단계 격상으로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앱 사용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졌다(Fxxk Covid-19)

 

[공간 디자인]

헬스장+풋살장이 합쳐진 복합 트레이닝센터를 통해 트레이닝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다. 그래서 트레이닝 센터 공간 디자인을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 진행했는데 난생처음 스케치업 프로그램도 배우고 페인트라던지 타일이라던지 기구 배치라던지 정말 신경 쓸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면 해볼 수 있는 경험을 미리 다한 것 같다(아마 평생 못할 예정)

 

[패션디자인]

갑작스러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스포츠 브랜드들의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며 주로 담당하고 있던 디지털 광고들이 많이 끊겼다. 그래서 회사의 캐시카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존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 많으니 스포츠 의류를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엔 굉장히 간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봉제공장, 원단 시장, 나염 공장, 샘플 공장 등 의류 제작부터 유통까지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누구인가’ 모르는 게 생기면 공장을 직접 찾아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며 내 것으로 만들었고 결국 완성도 있게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 설마 사겠어?라는 마인드였지만 나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금방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퇴사할 때쯤 엄x로 코리아와 콜라보 의류까지 제작했다.(깨알 자랑)

 

 


덕업 일치

 

디자인뿐만 아니라 SNS 운영, 자사몰 운영 및 CS, 오프라인 행사에 필요한 온/오프라인 디자인 및 행사 인력 관리, 영상 콘텐츠 촬영, 마케팅 대행 커뮤니케이션, 사업 기획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사실 어느 정도 바쁠 것을 예상하고 선택한 회사였고 진취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 때문에 재밌겠다고 판단을 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 때마다 현타(?) 비슷한 회의감이 왔다.

하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함께 하는 팀원들이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이 팀원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을 하던 해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뿐인 취미가 축구였기 때문에 가벼운 디자인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공감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런 걸 덕업 일치라고 부르더라.

그래도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던 것은 나 혼자서 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준비한 행사를 순수하게 즐겨주었던 사람들 그리고 SNS를 통해 항상 응원의 메시지와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던 팬들로부터 에너지를 느끼고 나서였던 것 같다.

 

 

특히 이러한 경험들을 하면서 이제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이라던지 걱정은 안 들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혹은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여 노력한 만큼 돌아올 테니 포기하지 말고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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